킬링스토킹: BL만화로만 치부하기엔 심리묘사, 연출이 갓띵작.. 오상우 찐사랑 분석 (스포많음 주의)
뒤늦게 킬링스토킹이라는 쿠기 작가의 BL 웹툰에 빠져들어서
거의 한달가량을 현망진창 중이다...
처음 다 봤을때 너무 충격적이고 여운이 강해서 보름 내내 재주행을 여러번 했다.
쿠기작가의 킬링스토킹은 정말 세밀하고 첨예하게 연출된 작품이기에
다시 볼 때마다 새롭게 발견하는 떡밥들과 숨겨진 비유, 암시들이 정말 많다.
결말까지 보고 다시 정주행을 하면서 그것들을 다시금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한 작품.
가히 단순 웹툰, 만화로만 치부하기에는 영화를 본 것만 같달까?
BL이라는 장르를 넘어서 너무나도 완벽한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살면서 이런저런 만화를 보아온 나로서도, 꽤나 까탈스럽게 작품을 골라보는 나로서도...
킬링스토킹은 정말 인생작품이고 오상우는 최애 캐릭터다...ㅠㅠ
아무튼 완결이 난지 2년이 넘은 시점인데도 여전히 이 작품에서 논란이 되는 사안은
주인공들의 감정에 대한 것인데...
상우와 범이가 과연 사랑을 한 것인가, 단순히 집착이었나, 엄마를 투영해서 본 것인가 등등...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근데 나는 작품을 여러번 보면 볼 수록 상우가 찐사랑이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여기서 명제로 '남자가 사랑에 빠졌을 때'의 속성을 알고 보면 답은 간단하다.
만화적 설정이 아니라 현실에서 실제 남자가 진정한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랑하는 대상과 평생을 함께 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물심양면으로 모든 것을 해주고 싶어함.
이 전제를 기억하고 상우와 범이를 바라보면 너무나도 절절한 사랑임이 보인다.....
킬스는 지금껏 보아온 만화적인 요소가 강한 BL웹툰들에 비해서
등장인물들 캐릭터가 너무 입체적이고 감정묘사가 월등하게 현실적이기 때문에
(작가가 두사람 관계를 딱 사랑이야! 라고 정의 내리지 않기까지 함...)
더더욱 두사람이 사랑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도 있고, 그만큼 많은 인기를 끌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일단 개인적인 취향인진 모르겠지만,
나는 범이의 감정보다는 상우의 감정 쪽으로 많이 몰입이 되었기에..
그래서 상우의 감정 쪽으로 분석해봄 ㅇㅇ
두사람의 감정에 대한 분석이기 때문에, 사랑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려면..
상우가 기본적으로 가지고있는 싸이코패스적인 성향이나 폭력 성향은 배제하고 이해하는게 나을거 같다는 생각.
[[[ 1. 본인의 결핍을 건드린 데서 관심이 시작됨 ]]]
일단 기본적으로 상우는 엄마에게도 진짜 사랑을 못받고 자라왔기 때문에,
본인도 모르게 자기 자신만을 바라봐주고 사랑해주는 누군가에 대한 갈망이 내면에 있었을거라 생각함.
대형마트 씬이나 스키장 에피에서도 보면,
자기 아이를 살뜰하게 챙기고 사랑해주는 엄마들에게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는데,
내면에는 자기는 받아보지 못한 진심어린 엄마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부러워하는 모습을 동반하면서
거기서 비롯된 자신의 컴플렉스를 감추고자 하는 과격한 모습이 보임.
(제약회사 딸도 자기를 차서 거기에 엄청 분노하고 납치했었고)
이런 배경을 가진 상우에게 범이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열렬한 고백을 해오니..
맨 처음엔 범이에게 호기심이라는 감정을 가질 수 밖에 없었음.
그래서 범이를 살려둔 것이기도 하고.
여기서 상우가 남자는 안죽인다고 한 것도 중요한 키포인트긴 했음.
어머니에 대한 혐오는 있지만, 그에 비해 아버지에게는 측은지심이 약간 있었다고 봐.
고딩 상우 눈에는 아버지는 억울하게 죽임 당했고,
이후에도 자기는 아버지처럼 되고 싶지 않다는 말을 여러번 하고 있기 때문에
남자는 굳이 죽여야 할 대상은 아님.
-> 그런데 그럼에도 나중에 범이 때문에 남자를 몇명 더 죽이게 됨
(특히 자신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준 존재는 엄마 뿐이기도 하고. 그래서 아버지에게 나쁜 감정은 없다는 대사도 있었다.)
여튼 이런 이유로 막상 범이를 한집에 두게 되었는데..
두고보니, 엄마의 환영 등에 시달리던 것이 조금 누그러진거지.
상우는 초창기에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인 뉘앙스의 대사를 은연중에 여러번 함.
뭔가 오로지 자신만을 믿고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데에 안도감을 느낀 것으로 보여지는 단계.
그래서 범이에게 조금씩 자신도 모르게 더 가까워지게 되었고...
결정적으로 범이를 계속 자신 곁에 두기로 마음먹게 됨.
초반에 이 단계에서 범이가 자신을 배신하고 떠날지 말지 의심하고 시험을 많이 하기도 함.
서두에 말했듯이 현실 "남자"가 진정한 사랑을 하게되면,
그 사랑하는 대상과 평생을 함께 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뭐든지 다 해주고 싶어함.
이것이 남자의 부양본능이다.
섹스하고 이뻐해주는게 찐사랑이 아니라
자기 사람이 어떻게 생겼든, 뭔짓거리를 하든, 다 품고 오로지 내 옆에만 두고 싶어 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임.
[[[ 2. 처음으로 좋아하는 상대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다. ]]]
진짜 사랑의 단계로 슬슬 접어드는 것은 상우와 범의 중반부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서 상우의 싸패 성격 때문에
거칠게 굴고 범이를 함부로 하는 장면 같은 것들이 있긴 하지만, 큰 틀에서보면 모든 행동이 다 범이를 위한 것들임.)
우선 게이바에서 꼬신 아저씨 살인, 지은이 납치 살인이 그 시발점.
과거에 범이의 사회적으로 무시당하고 억눌리기만 했던 감정들을 표출& 해방 시키고,
살인을 했다라는 동질감을 통해 자신과 같은 틀 안에서 계속 살아가게끔 만들기 위해 지은이를 죽이도록 한 것..
그리고 그 전에 용의자로 주목받을 만한 인물로 알리바이 등을 만들기 위해
게이바에서 아저씨 꼬셔서 죽인 것이고. (남자는 안죽인다는 본인의 신념이 여기서 최초로 깨짐)
결국 큰 그림에서 보면 이 두 사건은
상우가 최초로 범이를 위해 벌인 일이라고 할 수 있음.
자기 입으로도 네가 주인공이다, 이 두 사건을 벌이면서 내가 널 위해서 이렇게 노력했다고 하고...
(물론 이 단계에서 본인이 범이를 사랑해서 이러한 일들을 계획했다는 자각은 없었을거라고 봄.)
이 사건 이후에도 범이는 상우를 두려워 하면서도 더욱 강력한 교집합을 갖게되고 계속 함께하게 됨.
상우 또한 범이를 점점 자기 사람으로 인지하기 시작하고,
평범하게 범이의 과거 이야기도 들어가며 관심을 갖기 시작함.
(이쯤에 범이가 삼촌에게 받은 학대를 알게 되고..
이게 나중에는 범이를 괴롭히는 요인이라고 생각해서 아예 삼촌을 죽여버리는 사건으로 이어지고.)
[[[ 3. 내사람에게는 좋은 것만 해주고 싶어한다. ]]]
쇼핑몰 가서 옷 사주고, 놀이동산, 스키장 데려가서 남들과 비슷한 데이트 하는 에피 같은 경우도..
내색은 안하지만 누군가를 생각하고 살아본 적 없었을 상우가 범이를 위해서 하는 것들.
과거에 범이가 사회적으로 무시받기만 하던 존재라서
남들이 다 당연하게 행해오던 평범한 일상을 즐기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마음이 많이 쓰여서
자신이 그것들을 다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진거지. 내사람이니까.
중간중간 욕하고 혐오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다 범이한테 맞춰주고 아끼는 것이 보임.
(그래서 결국 끝까지 못하겠다던 펠라도 해주고 애칭 부르기도 해주고... 범이가 원하는건 다 해줌ㅋㅋ)
[[[ 4. 사랑에 빠진 남자는 어이없을만큼 찌질해 지기도 함. ]]]
항상 완벽하고 냉혈한 모습만 보이던 상우의 멘탈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후반부 무렵이다.
상우는 점점 범이에게 몰입할 수록 본인이 범이가 자신에게 없어선 안될 존재라는 것을 알게되었을 것이고,
계속 범이와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이 커졌을 것이다.
그게 사랑이라는 감정인지 본인은 몰랐겠지만...
무튼 그 상황을 지키고 싶은 욕구가 컸을거임.
그래서 계속 범이가 자기 곁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것에 집착했고
범이를 잃을까봐 범이 앞에서 눈물도 보이고..
작품 초반에 보여주었던 냉혈한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심리적으로 나약한 모습을 보이게 됨.
동시에 자신이 지금까지 살인을 저질러 온 것들이 밝혀지면
범이와 함께하는 삶을 잃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을테고,
그 불안감이 커질수록 점점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지기 시작함.
자신이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 끝에는 파국에 치닫을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면서
범이를 진심으로 안쓰러워 하는 장면...ㅠ
↑이것도 범이를 소중하게 여기는 그런 심리가 잘 드러난 장면 같음.
이제 엄마의 환영보다는, 범이가 화내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자신한테 더 괴로운 일이 되어버린거지...
그러면서 동시에 정신이 쇠약해지다보니,
나름 잘 컨트롤 해오던 엄마의 환영이나 트라우마 또한 함께 콤보로
과거에 시달리던 수준보다 더더욱 크게 본인을 괴롭히기 시작.
여튼 후반부에 상우가 정신적으로 미친놈화 되면서 피폐해지는 감정선을 보면,
범이를 소중하게 여기기 시작하게 되면서 상당히 가속화 됨.
이 과정에서 범이에 대해서 의심, 분노, 집착 등의 감정이 나타나고
본인도 너무 힘들고 범이를 알게되어서 너무 괴롭다고 토로함.
(이게 찐사랑이 아니면 무엇?ㅠ)
[[[ 5. 다시 한번 강조.
남자의 사랑=부양본능. 내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고 싶어한다. ]]]
상우가 범이 삼촌을 죽인 것도 이러한 맥락이고. (범이의 트라우마를 제거해주고 싶은 마음.)
범이가 삼촌 죽은 후에 싫어했을 때 큰 충격 받은 것도 그런 맥락이었을거임.
자기는 정말 큰 맘먹고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서 살인을 했는데(지극히 사이코패스 적인 발상이긴 한;;) 범이의 돌아오는 반응이 너무 의외니까 이때 크게 한번 멘탈이 나갔을거임..
그래서 살인후 며칠 가출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힘들어하고.. 범이한테 의지하면서 위로받고.
나중에 범이는 충격 안받도록 볼륨 높여서 영화 틀어주고,
자기 혼자 지하실 가서 삼촌 시체 처리할때.. 상우 표정이 정말 너무 슬퍼보인다...ㅜ
곽청장 죽인 것도 결국은 범이랑 계속 함께하고 자신이 범이를 지켜주고 싶은 욕구가 컸기 때문에 죽인것으로 보여진다..
(자신이 잡히면 범이와의 행복이 깨지니까 그것을 막기 위해서.. 결국은 죽일 수 밖에 없었음)
거의 후반부 단계에서는 본인 혼자였다면 할 필요도 없었을텐데,
범이 때문에 예상치 못한 살인을 두명이나 더 하고나서
더더욱 정신적으로 상우는 많이 약해진 것 같음.
상우 입장에서는 그러한 것들이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었던거지. (살인을 미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오상우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답시고 한거지만..) 연타로 저렇게 살인을 하고 멀쩡할 수는 없었을거 같아 보임.
계속 멘탈은 휘청휘청하고,
덕분에 상우엄마는 더더욱 강도높게 정신적으로 괴롭히고..
추가로 범이 동창 등장 및 쥐약 오해사건으로
제 상우는 정말 분노와 오해, 불안한 감정만이 남아있음.
그래서 막판에 범이를 죽이려고 헀던 것도 진심은 아니었다고 생각해.
왜냐면 마지막 양승태와의 접전중에도
범이가 살인 하는거 두려워하는거 알고, 문밖을 나가기 전까지 양승태 안찌르다가 나중에 찌르기 까지..
(끝까지 범이가 괴로워 하는 모습 보이지 않으려고 순간 배려한거랄까..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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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모든 과정은 기본적으로 상우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랑으로 비춰지기는 힘들다.
하지만 상우가 가졌던 범이에 대한 감정이
사랑이었냐 아니었냐를 판단하기 위해 핵심으로 기억해야할 것은,
실제 남자의 사랑은 입으로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것 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속성이 있다라는 점이지.
묵묵하게 부양하고 내색 안하면서 챙겨주고..
여기에 상우같은 경우는 성격결함이 있다보니 살인이라는 특이한 속성이 추가 된거고..;
아무튼 남자가 자기 사람을 지켜주고 싶고 영원히 함께하고 싶어하는 모습을 생각한다면,
그것은 상우가 보여준 것들이었고 그만의 방식들이었다...
다 필요없고 상우가 죽어가는 와중에도 병실에서 범이 이름 불렀다는데서 그냥 끝난 것...ㅅㅂ
아무튼 킬스 몇번을 되짚어보는데 정말 쿠갓 작가의 감정선 표현이랑 디테일에 미쳐버릴 것 같음 ㅠㅠ
너무나 현실적이고 불완전하고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미성숙한 사랑을 절절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함.
정말.. 리얼 인생 역작이다...
쓰고보니 존나 길군... 여기 까지 읽은 분들께 박수..ㅋㅋㅋㅋ